
오래 다니던 길인데 그 길로는 집을 못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당황스러우실 수 있어요.
사람이 다니는 길이라고 모두 건축법상 도로는 아닙니다.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써 온 사실상의 통로라도, 허가권자가 「건축법」 제45조에 따라 도로로 지정해야 그 길에 접한 대지에 건물을 지을 수 있습니다. 이웃 땅을 지나다닐 민법상 권리가 있다는 것과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받는 것은 별개 문제입니다.
- 사실상의 통로: 지적도상 도로가 아니어도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써 온 길을 가리킵니다.
- 도로 지정(건축법 제45조): 원칙은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다만 사실상의 통로는 동의 없이 건축위원회 심의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 주위토지통행권(민법 제219조): 이웃 땅을 지나다닐 사법상 권리일 뿐, 그 자체로 건축법상 도로가 되지는 않습니다.
- 도로 폐지·변경: 한 번 지정된 도로는 이해관계인의 동의 없이 함부로 없앨 수 없습니다.

사실상의 통로란 무엇일까요?
사실상의 통로는 「도로법」이나 「사도법」 같은 법령으로 개설된 도로가 아닙니다. 다만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해 와서 그 길이 없으면 대지에 드나들 수 없는 길을 가리킵니다. 지적도에 도로로 표시되지 않고 개인 소유의 땅인 경우도 많습니다. 지적도에는 없지만 실제 통행에 쓰이는 이런 길을 흔히 현황도로라고 합니다. 현황도로라는 말 자체는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다만 실무에서는 건축법상 도로 여부를 가리기 전에 흔히 통용됩니다. 건축법·도로법·국토계획법·도로교통법의 도로 정의가 각각 어떻게 다른지 정리한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 길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접도의무 때문입니다. 「건축법」 제44조는 건축물의 대지가 2미터 이상 도로에 접하도록 요구합니다. 대지가 건축법상 도로에 닿아 있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건물을 지을 수 없습니다. 이처럼 도로에 접하지 못한 땅을 맹지라고 부릅니다. 맹지는 도로에 닿지 못해 그대로는 건축 허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맹지에 건물을 지으려면 눈앞의 사실상의 통로가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받는 방법밖에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해당 통행로를 도로로 인정받을 수 있느냐가 건축 가능 여부를 가릅니다.

남의 땅을 도로로 지정하려면 동의가 필요할까요?
허가권자가 개인 소유의 통로를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하려면 원칙적으로 그 땅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해관계인은 도로로 지정될 땅의 소유자처럼 그 지정에 이해가 걸린 사람을 뜻합니다. 개인의 재산인 토지를 도로로 묶으면 소유자가 그 부분을 자유롭게 쓰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동의가 필요합니다. 근거 조문은 「건축법」 제45조입니다. 지목이 도로여도 그 길이 사유지라면 통행이 막혀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개인 소유의 도로에 접한 대지에서 건축이 가능한지 따져본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건축법」 제45조(도로의 지정ㆍ폐지 또는 변경)① 허가권자는 제2조제1항제11호나목에 따라 도로의 위치를 지정ㆍ공고하려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도로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다만,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면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지 아니하고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로를 지정할 수 있다.
1. 허가권자가 이해관계인이 해외에 거주하는 등의 사유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기가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2. 주민이 오랫 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통로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것인 경우
출처: 「건축법」 [시행 2026. 2. 27.] [법률 제21035호] 제45조(도로의 지정ㆍ폐지 또는 변경) ·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여기서 제2조제1항제11호나목은 허가권자가 위치를 지정해 공고한 도로, 곧 지정도로를 가리킵니다. 제45조 제1항 단서는 동의 원칙에 두 가지 예외를 둡니다. 하나는 이해관계인이 해외에 거주하는 등의 사유로 동의를 받기 곤란한 경우입니다. 해외 거주처럼 동의 절차를 밟기 어려운 사정을 배려한 예외입니다. 다른 하나가 바로 사실상의 통로입니다.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해 온 길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요건을 갖추면 소유자의 동의 없이도 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도로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도로로 지정되면 그 통로는 건축법상 도로가 되어 접한 대지가 접도요건을 충족하게 됩니다.
- 허가권자가 이해관계인의 해외 거주 등으로 동의를 받기 곤란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하고 있는 사실상의 통로로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경우
다만 어느 정도 통행해야 사실상의 통로로 인정되는지는 법이 일률적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인정 기준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맡겨져 있습니다. 통행 기간이나 너비 같은 요건은 지역마다 다릅니다. 특정 연수나 폭을 일반화하기보다 해당 지역의 조례를 확인해야 합니다. 법이 요구하는 도로 폭을 다 갖추지 못한 길이라도 건축이 반드시 막히지는 않습니다. 같은 길을 근거로 예전에 허가가 난 전례가 남아 있다면, 그 전례를 인정받아 건축이 열리기도 합니다.

통행할 권리가 있으면 건축법상 도로가 될까요?
이웃 땅을 통행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그 길이 곧바로 건축법상 도로가 되지는 않습니다. 민법에는 맹지 소유자를 보호하는 주위토지통행권이 있습니다. 「민법」 제219조는 어느 토지가 공로로 통하는 통로가 없을 때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민법」 제219조(주위토지통행권)①어느 토지와 공로사이에 그 토지의 용도에 필요한 통로가 없는 경우에 그 토지소유자는 주위의 토지를 통행 또는 통로로 하지 아니하면 공로에 출입할 수 없거나 과다한 비용을 요하는 때에는 그 주위의 토지를 통행할 수 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통로를 개설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로 인한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을 선택하여야 한다.
②전항의 통행권자는 통행지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여야 한다.
출처: 「민법」 [시행 2026. 3. 17.] [법률 제21454호] 제219조(주위토지통행권) ·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주위토지통행권은 토지 소유자 사이의 사법상 권리입니다. 이웃 땅을 지나다닐 수 있는 권리일 뿐, 그 길을 건축법상 도로로 만들어 주지는 않습니다. 건축법상 도로 지정은 허가권자가 공법상 절차로 하는 행정 행위입니다. 두 제도는 별개의 트랙으로 움직입니다.
그래서 통행권이 인정되더라도 접도요건이 자동으로 채워지지는 않습니다. 건물을 지으려면 그 통로가 제45조에 따라 도로로 지정되어야 합니다. 오래 다니던 길이라도 멀리 돌아가는 다른 출입로가 있어 그 길이 유일한 통로가 아니라면 소유자가 통행을 막을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 도로로 지정하기 어렵습니다. 오래 다녔다는 사실만으로 도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 길의 소유 관계와 다른 출입로가 있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보상 관계도 두 트랙이 다릅니다. 「민법」 제219조 제2항은 통행권자가 통행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합니다.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하는 데에는 이러한 손실보상 규정이 없습니다. 토지보상법에 따라 수용하고 보상하는 공공 도로와 달리, 건축법상 도로 지정은 보상 없이 개인 토지의 사용을 제약하게 되어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도로로 지정된 부분과 실제 지적의 경계가 어긋나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한편 「민법」 제220조는 토지가 분할되거나 일부가 양도되어 맹지가 된 경우 다른 분할자의 토지를 통행할 때에는 보상 의무가 없다고 정합니다.

한 번 지정된 도로는 마음대로 없앨 수 있을까요?
한 번 지정·공고된 도로는 함부로 없앨 수 없습니다. 「건축법」 제45조 제2항은 지정한 도로를 폐지하거나 변경하려면 그 도로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도록 합니다. 도로 부지의 소유자나 건축주가 폐지·변경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통행로가 도로로 자리 잡으면 그 길에 기대어 지은 건물과 이웃의 통행이 함께 걸리기 때문입니다.

같은 길이라도 건축 절차의 단계에 따라 다루는 법이 달라집니다. 허가 단계에서는 그 길을 아직 「민법」상 통로로 보아 통행과 보상을 민법 규정에 따릅니다.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되고 건물이 들어선 뒤에는 「건축법」상 도로로 관리합니다.
지정과 변경 내용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제45조 제3항에 따라 허가권자는 지정하거나 변경한 도로를 도로관리대장에 적어 관리합니다. 도로관리대장에 오르면 그 길은 공적으로 확인되는 지정도로로 남습니다. 사실상의 통로가 건축법상 도로가 되는 과정은 조례가 정한 요건을 갖춘 통로를 허가권자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공고하고 도로관리대장에 등재하는 순서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오래 사용한 길이면 무조건 사실상의 통로로 인정되나요?
아닙니다.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했더라도 인정 요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따라 다릅니다. 멀리 돌아가더라도 다른 출입로가 있으면 유일한 통로로 보기 어려워 사실상의 통로로 인정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Q. 주위토지통행권이 인정되면 건축허가를 받을 수 있나요?
통행권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주위토지통행권은 이웃 땅을 지나다니는 사법상 권리입니다. 건물을 지으려면 그 통로가 「건축법」 제45조에 따라 도로로 지정되어야 접도요건을 채웁니다.
Q. 사실상의 통로로 도로가 지정되면 땅 주인은 보상을 받나요?
건축법상 도로 지정에는 손실보상 규정이 없습니다. 다만 민법상 주위토지통행권에 따른 통행에서는 통행권자가 토지 소유자의 손해를 보상해야 합니다. 이는 건축법상 도로 지정과 별개입니다.
Q. 현황도로만 있는 맹지에는 건물을 지을 수 없나요?
반드시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그 현황도로가 조례가 정한 사실상의 통로 요건을 갖추면 허가권자가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건축법상 도로로 지정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접도요건을 채워 건축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인정 여부는 지역 조례와 통행 현황에 따라 다릅니다.
Q. 지정된 도로를 소유자가 나중에 막을 수 있나요?
임의로 막기 어렵습니다. 지정된 도로를 폐지하거나 변경하려면 「건축법」 제45조 제2항에 따라 이해관계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도로 부지 소유자가 폐지를 신청하는 경우에도 같은 동의 절차를 거칩니다.

법령과 조례는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사안에서는 현행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의 「건축법」 제45조와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